두 개의 1달러
편의점에 가면 생수가 여러 종류다. 다 물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취향이 있다. 삼다수를 사는 사람이 있고, 아이시스를 사는 사람이 있다.
둘 다 물이지만, 만드는 사람이 다르고, 만드는 방법이 다르고, 신뢰하는 이유가 다르다.
스테이블코인도 비슷하다. USDC와 USDT는 둘 다 1달러의 가치를 가진 디지털 자산이다. 하지만 만든 회사가 다르고, 운영 철학이 다르다.
그 차이를 이해하면, 스테이블코인 세계의 절반은 이해한 셈이다.
USDT — 원조, 그리고 논란
USDT는 2014년에 태어났다.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개념 자체를 처음 대중화한 존재다. Tether라는 회사가 발행한다.
시장 점유율 1위. 거래량 1위.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기축통화처럼 쓰인다.
*"암호화폐 세계의 달러"*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논란이 좀 있었다. Tether는 오랫동안 "우리가 발행한 USDT만큼의 달러를 실제로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걸 독립적으로 검증하기가 어려웠다. 2021년에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합의금을 내기도 했다.
그래도 USDT는 죽지 않았다. 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쓰고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효과라는 게 무섭다. 모두가 쓰니까, 나도 쓴다. 나도 쓰니까, 모두가 쓴다.
USDC — 후발주자의 전략: 투명성
USDC는 2018년에 등장했다. Circle이라는 미국 회사와 Coinbase가 함께 만든 Centre 컨소시엄에서 시작했다. (지금은 Circle이 단독 운영한다.)
USDC의 전략은 명확했다. "우리는 보여줄 게 있다."
매달 회계법인 감사를 받고, 보유 자산 내역을 공개한다. USDC 1개를 발행하면, 그만큼의 달러가 실제로 은행 계좌에 있다. 미국 단기 국채와 현금으로 보관한다. 규제 당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한마디로, USDT가 "시장이 나를 증명한다"는 입장이라면, USDC는 "회계사가 나를 증명한다"는 입장이다.
숫자로 보면
USDT가 여전히 2배 이상 크다. 하지만 USDC의 성장 속도가 더 빠르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기관투자자들이 USDC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규제 친화적이니까.
재미있는 건, 용도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안전"한가
솔직한 답변: 둘 다 지금까지는 1달러 가치를 잘 유지해왔다.
USDC가 잠깐 흔들린 적이 있다. 2023년, USDC의 보관 은행 중 하나였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을 때, USDC 가격이 일시적으로 0.87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틀 만에 회복했지만, "스테이블코인도 흔들릴 수 있구나"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USDT는 가격이 크게 흔들린 적은 없지만, 투명성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결론적으로, "어느 쪽이 더 안전한가"보다 "어느 쪽이 내 용도에 맞는가"를 묻는 게 더 현실적이다.
투명한 감사 기록이 중요하면 USDC. 가장 넓은 호환성이 중요하면 USDT.
왜 우리가 이걸 알아야 하는가
스테이블코인은 점점 일상에 가까워지고 있다. 아직은 "암호화폐를 아는 사람들의 도구"이지만, 5년 뒤에는 "해외 송금할 때 당연히 쓰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때가 되면 USDC와 USDT의 차이는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의 차이처럼 느껴질 것이다. 둘 다 되니까, 그냥 쓰면 된다.
하지만 지금은 초기다. 초기에 이해한 사람이 나중에 더 현명하게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