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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1달러, 다른 철학

Tether vs Circle. 직원 150명과 골드만삭스, SVB 파산과 USDC 디페깅, 허위 공시 합의금 4,100만 달러. 같은 1달러가 왜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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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DOS | #05
같은 1달러, 다른 철학
Same Dollar, Different Philosophy

두 장의 지폐가 있다. 둘 다 앞면에 "1 DOLLAR"라고 쓰여 있다.

하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 인쇄됐다. 다른 하나는 엘살바도르의 작은 회사가 디지털로 발행했다. 둘 다 1달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것들이 정말 같은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2023년 3월로 돌아가야 한다.


3월 10일.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문을 닫았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은행 파산이었다. SVB는 스타트업들의 은행이었다. 벤처 자금을 예치하고, 테크 기업들에 대출을 해주던 곳.

Circle은 USDC 준비금의 일부를 SVB에 예치하고 있었다. 정확한 금액은 33억 달러. USDC 총 준비금의 약 8%.

소문이 퍼지는 데 몇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USDC 보유자들이 일제히 상환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 USDC의 시장 가격이 흔들렸다. 3월 11일, USDC는 0.87달러까지 떨어졌다.

1달러라고 쓰여 있는 코인이 0.87달러가 됐다.

주말이 지나고 미국 정부가 SVB 예금을 전액 보호하겠다고 발표하면서 USDC는 1달러를 회복했다. "일시적" 디페깅으로 끝났다. 하지만 시장은 중요한 사실을 확인했다.

Circle은 준비금을 어디에 어떻게 보관하는지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한다. 그래서 리스크가 드러났다. 준비금이 규제 은행에 있다는 것도, 특정 은행의 파산이 준비금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도.

그렇다면 Tether는?


Tether는 2014년 창업 이후 수년간 준비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2021년 뉴욕주 검찰과의 합의에서 밝혀진 내용: Tether는 USDT가 100% 달러로 담보된다고 홍보하면서, 실제로는 비트코인, 기업 어음, 계열사 대출 등 유동성이 불확실한 자산을 준비금에 포함하고 있었다. 합의금은 1,850만 달러. 공식 죄목은 허위 공시였다.

2023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추가 조사 끝에 4,100만 달러 합의금을 부과했다. 비슷한 이유로.

이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USDT의 시가총액은 계속 성장했다. 2026년 3월 기준 약 1,440억 달러. Circle USDC(약 430억 달러)의 세 배가 넘는다.

시장은 투명성보다 규모를 선택했다.

두 회사의 차이는 수익 모델에서도 드러난다.

Circle은 2025년 NYSE 상장을 추진하면서 SEC에 재무 정보를 공개했다. 2024년 매출은 16억 8,000만 달러. 그 중 99%가 준비금 운용 수익이다. USDC가 달러로 담보된 1달러를 단기 국채로 운용하면서 이자를 얻는다. 순수하게 보면, Circle은 준비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에 가깝다.

Tether는 여전히 비공개 기업이다. 2024년 순이익 130억 달러는 독립 감사 결과가 아닌 자체 공시였다. 하지만 그 숫자가 대략 정확하다면, 이익률 구조는 경이롭다. 직원 150명이 13조 원을 번다. 전통 금융의 어떤 비즈니스도 이 수익률을 낼 수 없다.


GENIUS Act는 이 불균형을 교정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법은 요구한다. 준비금은 단기 국채, 현금, 또는 역레포만 허용. 기업 어음, 계열사 대출, 암호화폐는 불가. 분기별 독립 감사 의무. 연방 또는 주 정부의 인가 취득 요구.

이 조건들은 사실상 Tether의 구형(舊型) 운영 모델을 금지한다. Tether가 미국 시장에서 영업을 계속하려면 구조를 바꿔야 한다.

Tether의 CEO 파올로 아르도이노는 GENIUS Act 통과 직후 공개 발언했다. "우리는 이미 준비금 구조를 개선하고 있었다. 규정을 준수할 것이다." 시장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Circle의 반응이었다. Circle은 GENIUS Act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상장 준비를 가속화했다. 규제가 오히려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투명성을 먼저 선택했던 회사가, 투명성을 요구하는 법 앞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1달러는 1달러가 아니다.

미국 연방 예금보험(FDIC) 적용을 받는 은행 계좌의 1달러와, 해외 사모 기업이 발행한 USDT 1달러와, SEC 공시를 받는 상장사 Circle의 USDC 1달러는 서로 다른 신뢰 구조 위에 있다.

이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선택지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용자는 각자의 리스크 선호와 용도에 따라 고를 수 있다. 빠르고 저렴하게 국경을 넘으려면 USDT가 효율적이다. 규제 준수 환경에서 B2B 결제를 하려면 USDC가 낫다.

그런데 이 1달러들을 실제로 가장 많이 쓰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미국인이 아니다.

세계 각지에서 자국 통화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구명선으로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다음 글에서 이야기한다.

— NODOS


핵심 요약
  • 2023년 SVB 파산 때 USDC는 0.87달러로 디페깅됐다. Circle의 투명한 준비금 공시가 리스크를 드러냈다. 정부 개입으로 주말 내 회복됐다.
  • Tether는 허위 공시로 뉴욕 검찰(1,850만 달러)과 CFTC(4,100만 달러)에 합의금을 냈다. 그럼에도 시가총액은 USDC의 세 배다. 시장은 투명성보다 규모를 택했다.
  • GENIUS Act는 준비금을 국채·현금으로만 제한한다. Tether에게는 구조 변경을 요구하고, Circle에게는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