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강국의 아이러니
한국은 세계에서 암호화폐 거래가 가장 활발한 나라 중 하나다.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다. 한국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해외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 그만큼 수요가 크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비트코인은 잘 알면서, 스테이블코인은 잘 모른다.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쓸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원화는 안정적이다. 은행 시스템은 잘 되어 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된다. 굳이 디지털 달러가 왜 필요한가?
맞는 말이다. 국내 결제만 놓고 보면 그렇다.
하지만 시야를 한 발짝만 넓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규제의 현재
한국의 암호화폐 관련 규제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중심으로 정비되고 있다. 2024년 7월 시행된 이 법은 주로 거래소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별도 규제 프레임워크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 스테이블코인을 한국에서 발행하거나, 결제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규칙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금지도 아니고, 허용도 아닌, 회색 지대에 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한국은 이 대열에 아직 합류하지 않았다. 논의는 하고 있지만, 법률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왜 한국에 스테이블코인이 중요한가
"한국에서는 필요 없잖아?"라는 질문에 다시 돌아와 보자.
한국 내부의 결제만 생각하면 맞다. 카카오페이가 더 편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자.
명동에서 가게를 하는 사장님이 있다. 손님의 절반은 외국인이다. 그 외국인들 중 일부는 디지털 지갑에 USDC를 가지고 있다. 지금은 쓸 수 없다. 만약 쓸 수 있게 된다면?
한국의 소상공인이 해외 고객에게 물건을 팔고 싶다. PG사 계약은 복잡하다.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를 받을 수 있다면?
해외 판매 → PG 필수 · Overseas sales → PG required
디지털 지갑 → 사용 불가 · Digital wallet → Not accepted
계약 없이 해외 결제 · No-contract global payments
원화로 자동 정산 · Auto-settle in KRW
한국이 디지털 자산 허브가 되고 싶다면,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디지털 자산을 "쓸 수 있어야" 한다. 사고, 파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활에서 써야 한다.
조심스럽게, 하지만 분명하게
규제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전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 규제는 "금지"가 아니라 "정비"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어떻게 안전하게 쓸 수 있게 할 것인가. 그것이 각국 규제 당국의 고민이다.
한국도 결국 같은 방향으로 갈 것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그리고 그 시점이 왔을 때, 준비된 인프라가 있는지 없는지가 차이를 만들 것이다.
우리는 그 준비를 하고 있다. 조심스럽게, 하지만 분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