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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는 어떻게 바다를 건너는가

국제 송금의 실제 경로. SWIFT는 메시징 시스템이다. 코르레스뱅킹의 구조, 수수료 6.49%,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이 뚫은 것.

NODOS | #03
달러는 어떻게 바다를 건너는가
How Dollars Cross Oceans

서울에서 마닐라로 100만 원을 보내야 한다.

은행 창구에 간다. 수수료는 건당 5,000원에서 2만 원 사이. 환율 스프레드가 추가된다. 상담원은 "2~5영업일 소요됩니다"라고 말한다. 토요일에 보내면 월요일부터 카운트된다. 공휴일이 끼면 더 늦어진다.

2025년의 일이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가. 돈은 디지털 신호 아닌가. 카카오톡 메시지는 0.1초 만에 마닐라에 도착하는데, 왜 돈은 사흘이 걸리는가.

답은 SWIFT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면 나온다.


SWIFT는 돈을 옮기지 않는다.

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1973년 벨기에에서 설립됐다. 200개 이상의 나라, 11,0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참여한다. 하루 평균 4,200만 건의 메시지가 오간다.

메시지다. SWIFT는 돈이 아닌 메시지를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국민은행이 BDO(필리핀 유니온뱅크)에게 지급하라"는 지시문이 전달된다. 그 지시문을 받은 은행들이 각자의 장부에서 숫자를 바꾼다.

그런데 국민은행과 BDO가 서로 계좌가 없다면? 직접 장부를 조정할 방법이 없다. 그때 코르레스 은행(correspondent bank)이 등장한다.

실제 경로는 이렇다. 국민은행 → JP모건(미국) → BDO. 국민은행은 JP모건에 달러 계좌(노스트로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BDO도 JP모건에 계좌가 있다. JP모건이 두 은행의 중간에서 장부를 조정한다. 각 단계마다 수수료가 붙는다.

경유 은행이 하나가 아닐 수도 있다. 송금 경로에 따라 서울 → 뉴욕 → 도쿄 → 마닐라처럼 세 개의 코르레스 은행을 거치기도 한다. 세계은행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평균 국제 송금 수수료는 송금액의 6.49%다. 100만 원을 보내면 6만 5천 원이 사라진다.

이 수치는 결코 작지 않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송금 노동자들은 연간 수천억 달러를 본국에 보낸다. 그 6.49%는 필리핀 가족의 식비이고, 방글라데시 아이의 학비이며, 인도네시아 부모의 의료비다.


문제는 수수료만이 아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미국과 EU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3,000억 달러를 동결하고,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SWIFT에서 퇴출했다.

SWIFT는 메시징 시스템이다. 그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권한을 빼앗겼을 때, 러시아는 글로벌 금융망에서 단절됐다. 무역 대금을 받기 어려워졌다. 달러로 거래하기 어려워졌다.

SWIFT는 중립적인 인프라가 아니다. 미국의 외교 정책 도구이기도 하다. 서방이 그것을 무기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러시아 사태가 증명했다.

이란은 2012년과 2018년, 두 번 SWIFT에서 퇴출됐다. 북한은 사실상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국제 송금 시스템의 구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코르레스뱅킹은 19세기 방식이다. 지급 메시지가 전 세계 은행 장부를 순차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동안, 각 은행은 24~48시간 동안 자금을 무이자로 보유한다. 그 자금 보유 이익은 은행의 것이다.

빠른 것은 SWIFT 메시지다. 느린 것은 청산(settlement)이다. 메시지는 초 단위로 전달되지만, 실제 돈의 이동은 운영 시간, 시차, 규정 준수 검토, 자금세탁방지(AML) 스크리닝 때문에 며칠이 걸린다.


그리고 2021년, 다른 숫자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했다. 흥미로운 것은 비트코인이 아니었다. 엘살바도르 GDP의 24%는 해외 이민자 송금이다. 그 돈의 상당 부분이 서울, 로스앤젤레스, 도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족에게 보내는 것이다. 수수료 6~8%를 먹히면서.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은 이 구조에 다르게 접근한다. 블록체인은 중간 은행 없이 두 지갑 사이의 거래를 검증한다. SWIFT 메시지 대신, 분산된 원장에 직접 기록된다. 이론상 수수료는 거래 수수료(gas fee)뿐이다.

실제로 작동하는가. 경우에 따라 다르다. 비트코인은 처리량이 제한적이고 변동성이 크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다르다. USDC나 USDT를 이용한 국제 송금은 수수료 0.1달러 미만, 도착 시간 2분 이내로 처리되는 사례가 이미 존재한다. 리플(XRP), 스텔라(XLM) 같은 결제 특화 블록체인도 실제 은행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것이 SWIFT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것은 새롭지 않다. 새로운 것은 대안이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구조적 전환은 이미 진행 중이다.

세계은행은 2030년까지 글로벌 이주 노동자 송금 수수료를 3%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6.49%에서. 그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 기존 은행 시스템의 개선인지,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인지는 아직 열려 있다.

한국 기업들이 SWIFT 대신 스테이블코인으로 동남아에 대금을 결제하는 날은 얼마나 멀었는가. 필리핀 노동자가 OFW(해외 이주 노동자) 지원금을 USDT로 받아 현지 편의점에서 페소로 환전하는 시스템이 얼마나 멀었는가.

어떤 곳에서는 이미 그 날이 왔다.

그런데 스테이블코인 자체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가격이 변하지 않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비트코인과 무엇이 다른가. 1달러를 달러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다음 글에서 이야기한다.

— NODOS


핵심 요약
  • SWIFT는 돈을 옮기지 않는다. 지급 지시 메시지를 전달할 뿐이다. 실제 정산은 코르레스 은행을 거치며 2~5영업일, 수수료 평균 6.49%가 든다.
  • SWIFT는 중립 인프라가 아니다. 러시아·이란·북한 사례처럼 미국의 외교 도구로 기능한다. 배제되면 글로벌 금융망에서 단절된다.
  • 스테이블코인 기반 국제 송금은 수수료 0.1달러, 2분 이내 도착이 이미 작동하는 사례다. 구조적 대체가 시작됐다.